이 포스팅의 시작은 대략 올해 초여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정도 챙기고 회사일도 바쁘다보니 래머쿱으로 생각보다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일이 상당히 적어졌다. 거기다 래머쿱의 cc4 클러치는 일상생활 주행에 상당히 불편을 초래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래머쿱으로 일상주행을 하기 어려워서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었다. 그래서 클러치를 순정 클러치로 바꿀까.. 아님 다른 차로 바꿀까 이래저래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큰 이벤트가 하나 발생하게 된다. 회사에 내 나이 또래의 직원이 뇌종양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40대초반의 젊은 나이, 늦은 결혼으로 어린 2세 등을 보면서 너무 큰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시청역 급발진 사건 등도 이러한 생각을 하게된 데에 일조했다.)
되돌아본 나의 삶은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있었다.
가성비
그렇다. 나의 삶은 가성비의 삶이었다.
항상 최저가를 찾거나, 가격대비 괜찮은, 실용적인 것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렇지 않은 모든 삶은 비효율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이라 배척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미래의 언젠가 내가 죽음의 문턱에서 내 삶을 돌아봤을 때, 극한의 효율과 가성비만을 추구한 삶을 회상하면서 "내 인생은 정말 후회없는 삶이 었나?"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보려고했다. 나쁘진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후회없다라고 보기도 좀 어려운 것 같았다.
자동차의 경우도 이제까지 내가 선택한 차량과 펀카들도 역시나 극한의 효율만을 추구하면서 골라왔기 때문에, 국산썩차만을 고집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치라는 것을 한 번 해보자.
이제는 그것을 한 번 제대로 깨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나도 가오(?)의 삶을 한 번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수입차를 한 번 내 삶속에 넣어보자는 의미.
그럴려면 일단 먼저 해야 할 것이 바로 래머쿱의 매각이다. 튜닝카 특성상 내가 생각하는 제 값을 받고 팔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충분히 훌륭한 셋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젠쿱 시장은 가격이 무너지고 온갖 이상한 차들이 혼란스럽게 팔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적정한 가격을 받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
그래서 마음먹기를 래머쿱이 적정한 가격에 팔리면 펀카를 제대로 한 번 질러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사실 정확하게는 이미 뭘 사면 좋을지 알아보고 있었고, 어느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였지만 막상 지를려니 래머쿱이 제대로 팔려야 된다는 전제조건을 나에게 만들어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사실 래머쿱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양이 얼마 안된터라 여간 아쉬운게 아니었다. 그래서 차만 알아봤지, 실제 판매글을 올리는걸 차일피일 미루다가, 미국 가족여행을 앞두고 준비가 바빠져서 미국 다녀와서 매물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새로운 펀카로 고민하던 차량은 F바디 M2와 포르쉐 718 카이맨이었다.
실용은 M2, 간지는 카이맨이다. (이와중에도 역시 가성비를 따지고 앉아있다.)
하지만 어차피 기왕 한 번 질러보는거 성능이고 나발이고를 떠나 M2에서 내려봐야 BMW, 엔트리지만 카이맨에서 내리면 포르쉐다. 그래서 방패마크를 인생에 조인시켜보고자 마음을 굳혔다.
미국에 다녀와서 9월중순~말쯤에 차량 사진을 찍어 서킷스토리에 올려뒀다. 예상대로 입질하나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 김해에 사시는 한 분께서 연락을 주셨고, 차가 너무 마음에 드신다면서 일산까지 올라오셔서 그대로 판매가 완료되어버렸다. (아디오스 래머쿱 포스팅 참조)
https://mrtroll.tistory.com/726
래머쿱이 팔렸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매물을 탐색할 시간이다.
718 카이맨도 크게 3종류다. 2.0, 2.5, 4.0. 당연하게도 역순으로 비싸다. 지인들은 누가 2.0 타냐면서 무조건 2.5 이상을 지르라고 강권(?)했다. 그리고 그돈씨 911을 사라고도.......... ㅋㅋ
일단 나의 경우는 사실 2.0이어도 큰 상관이 없는게, 애시당초 포르쉐를 내 인생에 끌어들일때부터 마크가 중요한거지 배기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2.0 300마력이라도 즐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정한 가격이라면 2.5든 911이든 상관이 없긴했다. 적정한 가격이라면 절대적인 가격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약 2년간 소유하면서 공중에 사라지는 돈(감가+보증 등)이 최소인 것 기준.. (역시나 효율을 따지고 있는 내모습..종특이라 어쩔수 없는듯)
일단 포르쉐 718의 경우 몇가지 고질병들이 알려져있는데, 냉각계통문제라던가 미션 포지션 센서 문제 같은 것들이 주로 나타난다. 나의 경우 아무리 패션카라도 인제서킷을 달려볼 생각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량을 가끔은 가혹하게 밀어부쳐야 되는 상황이므로 결론적으로 "보증"이 살아있는 매물을 찾게 되었다.
무사고에 보증이 살아있으면 나도 편하고 중고차 매도자도 편하다. 성능지나 매물에 하자만 없으면 왠만한건 다 보증수리하면 되기 때문..
그리고 포르쉐 필수 옵션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꼭 들어가야 그나마 나중에 판매가 쉽다. PDLS+라던가 통풍시트, 스포츠크로노, 포르쉐 크레스트 헤드레스트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조건을 싹 만족하는 718 중에서도 카이맨은 특히나 구하기 어렵다. 박스터는 많다. 번외로 카이맨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 박스터 안샀어?" 이다..ㅋㅋ
난 굳이 뚜껑열리는게 비실용적이라고 생각하거니와, 박스터 뒷태보다 카이맨 뒷태가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굳이 박스터를 찾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두달여간 매복하고 실제 매물도 보면서 기다린 결과 최종적으로 다음을 보러갔다.
몇몇 크지않은 하자가 있었으나 중고이니 만큼 봐줄만 했다. 함께보던 동급 매물 중에서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연식이었다.
다른 매물들은 5천대에 17년~18년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녀석은 19년 12월식, 등록 20년 2월이라 실제 운행기간이 가장 짧은 녀석이었다. 더불어 성능지나 보험이력이 깔끔하고 매매상사 소유권이전 2건을 제외하면 1인 신조였던 차량이다.
사실 그 사이 가격, 감가율 등 치밀한 계산을 했었는데.. (지버릇 어디 못준다) 결국은 이차가 내 분수에 가장 맞는 차라 생각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 차로 낙점하고 계약금 넣고 데려왔다.
친한 샵에서 점검해준다고 한 번 오라그래서 바로 갔었다. 사장님은 너무 깨끗해서 볼게 없다- 는 평. 굿.
그렇게 나는 저마력 패션카 718 카이맨 2.0 오너가 되었다. 앞으로 이 차와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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